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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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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산에서 한달음①] 대마도-부산일보(2008.6.19)
등록일 2008. 06. 19 조회수 2,376
안녕, 친구들. 여기는 대마도 최북단의 한국전망대.
잔잔한 바다 너머 하나 둘 빛단장을 시작한 아름다운 부산의 야경이 손에 잡힐 것만 같네요.
금빛가루를 뒤집어쓴 광안대교도 보이고 해안절경이 빼어난 태종대도 지척이네요.
자갈치시장의 짭조름한 사람 사는 냄새가 바닷바람에 묻어오고 귓가에는 사직벌 부산갈매기 노랫소리가 맴도네요.
그래요, 여기는 부산에서 바닷길로 2시간, 대마도입니다. 본토보다 한국이 더 가까운, 그래서 외로운 '경계의 섬' 대마도입니다.
600년 전 한류의 물꼬를 튼 조선통신사의 발자취가 있고 섬 전체가 들썩거리는 쓰시마아리랑축제가 있습니다.
이국땅에서 쓸쓸히 눈감은 최익현 선생의 순국비와 비운의 황녀 덕혜옹주의 결혼기념비에는 애잔한 역사가 서려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만큼이나 순박한 태고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연이 있습니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아리아케산이 있고 아소만과 한려수도가 한 젖줄처럼 펼쳐지는 시라다케산이 있습니다.
채비를 던지는 족족 대물들의 입질이 이어지는 천혜의 낚시터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친구'란 뜻의 말은 일본어 '도모다치'가 아닌 한국말 그대로 '친구'입니다. 대마도가 '친구'들을 기다립니다.


사진은 대마도 한국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의 야경. 일본
사진작가 스가와 히데유키(須川英之)씨의 작품이다. 스가
와씨는 대마도에 거주하며 사진작업을 통해 대마도 홍보
및 한·일 민간교류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 설명에
'일·한 교류는 대마도로부터'라는 글귀를 첨부하는 조건으
로 본보 게재를 허락했다.


[부산에서 한달음 대마도] 이즈하라마치 시내
골목길 구석구석 진하게 밴 우리네 숨은 역사

<1>
국경의 섬은 멈춘 듯 하다. 대마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심인 이즈하라마치 시내. 시골 읍내에 온 듯 한가로우면서도 따분하다. (1)거리의 고양이도 좀처럼 뛰질 않는다. 북적이는 사람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한 무리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깃발 아래 모여있다.

그러나 시내의 좁은 골목길로 한발 내딛고 들어가면 섬의 숨소리는 어느새 거칠어진다. 작은 섬이라고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다. 이게 영 낯설지가 않다. 대마도 시청을 중심으로 마실 거리 내에 우리네 역사가 가득하다.

백제 승려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슈젠지(修善寺)는 면암 최익현 선생의 순국비가 있는 사찰로, 현지인들보다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더 잦다. '내 목을 자를지언정, 내 머리는 자를 수 없다.' 을사늑약을 반대해 의병을 일으켰던 최익현 선생은 그 이름보다 당신의 말로 더 유명하다. 선생은 1906년 일제에 체포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대마도로 끌려온 뒤, 단발령을 거부하며 단식을 하다 순국했다.

슈젠지는 선생의 시신이 부산으로 이송되기 전 나흘간 머물렀던 곳. 실제 가 본 그곳은 아담한 가정집 같은 분위기다. 한국인들이 그의 뜻을 기려 세운 순국비만이 그 비통한 역사를 기억할 뿐이다.

<2>
슈젠지 대문을 들어서 오른쪽으로 (2)앞치마 같은 옷을 두른 지장보살 석상도 놓치지 말 것. 일본의 지장보살 신앙은 유별나다. 그래서일까? 섬 곳곳에서 작은 크기의 지장보살 석상을 손쉽게 볼 수 있는데 옷까지 입혀 놓았다.

슈젠지를 나와 개천을 따라 올라가면 382번 도로변으로 하치만구(八幡宮)신사 입구를 나타내는 도리이(鳥居)를 볼 수 있다. 최익현 선생이 대마도로 끌려 와 처음 3개월간 수용생활을 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 하치만구신사의 광장. 지금은 수용시설과 관련된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치만구신사는 삼한에 임나일본부를 건설했다는 가상의 인물 진구(神功)황후를 모시는 곳으로 일본 역사왜곡의 한 단면이 묻어나는 장소다.

그러나 이 모든 역사적 사실을 접고 본다면 도심 속 작은 신사의 상쾌한 공기가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여기서 잠깐! 일본의 신사 앞에 '테미즈야(手水舍)'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약수터 같은 시설이 있다. 이름 그대로 손을 씻는 곳. 마시는 물이 아니다. 마신다고 잡아가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혹 이상하게 보여지거나 마시기엔 수질이 다소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하치만구신사를 나와 382번 도로를 따라 쓰시마교류센터 방향으로 2~3분만 걸어가면 교류센터 뒷편 작은 비탈길 위로 고려문이 서있다.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 행렬을 맞이하기 위해 만든 문. 원래 대마도 도주가 머물던 사지키바라성에 있었지만 1987년 태풍의 피해를 받아 무너지자 현재 위치로 옮겨 복원했다. 고려문에서 길 맞은편으로 보이는 비석이 조선통신사비. 이곳을 찍고 그 옆 쓰시마역사민속자료관에 들르는 것도 잊지 말자.

혹시 자료관을 나올 무렵 정오가 가까와지고 있다면 잠시만 발걸음을 늦추자. 낮 12시가 되면 인근 시청에서 우리나라 동요인 '고향의 봄'이 흘러나온다. '원래 일본곡인가?' 아니다. 이원수 선생이 쓴 노랫말에 홍난파 선생이 곡을 붙인 '토종' 동요다. 이국(異國)에서 듣는 한국의 동요.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작은 서비스다.

<3>
시청 인근을 흐르는 하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반쇼인(萬松院)으로 향한다. 대마도를 지배해 온 도주들의 묘석이 모여있는 곳이다. 조선의 통신사들도 대마도에 도착하면 먼저 이곳에 참배했다고 한다. 본당에 들어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조선왕실에서 하사한 삼구족(三具足)이 눈에 띈다. 향로와 화병, 촉대로 제사에 쓰이는 물건이다.

본당을 지나 작은 문으로 나서면 도주들의 묘석에 오르는 계단길이 있다. (3)햐쿠간기(百雁木)라고 불리는 132개의 유명한 돌계단길. 계단을 둘러싸고 높이 솟은 삼백나무와 계단 양쪽으로 줄지어 선 석등들로 인해 마치 계단의 끝에 미지의 세계가 연결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올라가면 말 없는 묘석들만이 즐비할 뿐.

세이잔지(西山寺)는 9세기 이전에 세워진 사찰로 이즈하라 항구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맞은편 언덕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세이잔지는 조선통신사가 대마도에 들렀을 때 머물던 외교창구 겸 숙소였다. 그 전통을 이어받은 것일까? 지금도 유스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다.

절 뒷편의 대숲에는 제주 4·3항쟁 때 죽은 억울한 영혼들이 묻혔다. 당시 제주도 바다에 버려진 시체들이 해류를 따라 섬으로 흘러왔는데 어민들이 세이잔지와 다이헤이지(太平寺)에 시신을 안치했다.

남부경찰서 인근 다이헤이지에는 당시 죽은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비석 '무연지제영비(無緣之諸靈卑)'가 있다. 사찰 내 묘원의 산자락 부근에 있지만 처음 들러서 찾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세이잔지 인근에 위치한 고우세이지(光淸寺). 1872년 이 절의 본당에는 조선어를 가르치는 '한어학소(韓語學所)가 개소됐다. 하루 4시간씩 공부하고 매달 시험을 치르는 3년제 학교로 통역사 양성이 주 목적. 당시 이 학교는 섬 내 주민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여서 입소경쟁이 치열했다.

그 외에도 고종의 딸 덕혜옹주와 대마도주 아들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덕혜옹주결혼기념비, 풍랑으로 표류한 조선인 어부를 위한 표류민집단수용소가 있던 자리인 표민옥적(瓢民屋跡), 춘향전을 번역해 일본에 알렸던 지한파 소설가 나카라이(半井)기념관…. 뚜벅이가 되어 골목골목을 거니노라면 마치 우리나라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스쳐지나면 그저 그런 옛 것들일 뿐인 이국의 작은 절들과 묘비. 조금만 살펴 알고 보면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흔적들이다. 대마도가 우리에게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굳이 역사공부가 귀찮다면 대마도 전문여행사인 발해투어의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다보면 마치 '新한국통신사'가 된 기분이다. 1박2일, 2박3일 상품의 일정 중 하루는 이즈하라 시내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1인당 20~30만원대. 글·사진=김종열 기자 bell10@busanilbo.com






대마도=김종열·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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